- 상급자에 제출하라 … 기관장 조치 따라라 … 상명하복 조항들로 채워져
- 이의제기 관련 서류 10년 비공개 보전, 목적은 결국 조직보호였다
- 이철희 의원“검찰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이의제기권 무력화시키나”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검찰은 괴물 같은 조직 될 것”
(전국= KTN) 윤진성 기자=검사의 ‘이의제기권’의 절차를 규정한 대검 내부지침이 이의제기 봉쇄규정에 다름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7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이자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제2소위원장인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서울중앙지검 등을 상대로 열린 국정감사에서 비공개 대검예규인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이하 절차지침)을 공개하며, 문제조항을 조목조목 따졌다.
검사의 이의제기권은 지난 2004년 시대착오적 검찰문화를 상징했던 ‘검사동일체’ 원칙을 폐지하고, 지휘・감독권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2017년까지는 관련 절차규정이 없어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그리고 무려 14년 만에 절차규정이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그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절차지침의 근본적 문제는 상급자에 대한 하급자의 이의제기를 돕기 보다는, 봉쇄하는 조항들로 채워져 있다는데 있다. 먼저 【이의제기서 제출】을 규정한 제3조를 보면,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대하여 이견이 존재하는 검사가 이의제기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대상은 상급자로 되어 있다. 해당 상급자는 이의제기서에 자신의 의견을 기관장에게 제출한다. 이의제기한 검사로서는 상급자를 회피할 방법도, 또 상급자가 어떤 의견으로 보고를 했는지 확인하거나 다툴 도리가 없는 것이다.
【기관장의 조치】에 대한 제4조와 【수명의무 및 불이익 금지】를 담은 제5조도 문제가 있었다. 이의제기 검사에 대한 불이익 금지 조항은 들어있지만, 기관장이 결정하는 지시나 필요한 조치에 해당 검사는 따르도록 했다. 즉, 기관장의 조치가 부당하거나 이견이 있을 경우, 어떠한 불복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는 것이다.
검찰의 절차지침의 문제점은 경찰의 이의제기권 규정과 비교했을 때 더욱 분명해진다. 「(경찰청)범죄수사규칙」을 통해 이의제기권을 명문화하고 있는 경찰은 검찰과 달리 이의제기에 대한 불복절차를 다층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즉, 상관의 재지휘에 대해 재차 이의가 있으면 경찰서장에게, 경찰서장의 지휘에도 이의가 있으면 지방경찰청장에게, 지방경찰청장의 지휘에도 이의가 있으면 경찰총장에게 바로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의제기권의 행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행사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검찰과 경찰의 지침은 공개여부에서도 차이가 났다. 경찰의 「(경찰청)범죄수사규칙」은 규칙자체가 공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의제기와 관련해 어떤 비공개 사항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검찰의 절차지침은 지침 자체를 비공개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의제기 관련사항과 서류 일체를 무려 10년 간 비공개하도록 강제하고 있다(제6조 제2항, 제3항). 결국 검찰의 지침은 이의제기 검사보다는 조직보호를 위해 내부 이견을 가능한 조용히 무마시키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법제처도 지난 2018년 10월 22일, 「훈령・예규 등의 검토의견 송부 및 정비계획 제출 요청」 공문을 통해 ‘지침 제6조 제2항과 제3항이 상위법인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위반된 위법한 규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정비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대검은 ‘수사중인 사건에 관한 사항’이라거나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불수용한 상태다.
이철희 의원은 현장 질의를 통해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의제기를 못하게 봉쇄하고 있다”며 “이 지침은 이의제기 절차에 관한 지침이 아니라 이의제기 '금지' 절차에 관한 지침”이라고 꼬집었다. 또 “검찰이 왜 이렇게 무리하게 이의제기권을 무력화시키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절차라도 제대로 만들어놓지 않으면 상명하복 문화가 강한 검찰은 괴물 같은 조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