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KTN) 김도형 기자= 1950년 6.25전쟁 발발 후 2개월이 채 못되어 북한군은 낙동강까지 진격해 왔고 낙동강 전선이 형성된 후 더욱 치열한 공방이 끊이질 않았다. 당시 비무장이자 나약하기 그지 없는 민간인들이 전쟁통에 아군으로부터 어이없는 죽음을 당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했고, 억울한 죽음들은 비극의 역사속에 안타깝게만 묻혀갔다.
1950년 8월 16일 오전 10시 경 부터 경북 구미시 시무실(형곡동)에는 미군의 맹렬한 폭격이 시작됐고 마을은 삽시간에 불바다로 변해 아수라장이 되었다. 폭격 뒤에는 제트기 편대가 출동해 기관포 사격을 가했고 이로 인해 130여 명 이상의 주민과 피난민들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집단 학살을 당해야만 했다.
당시 미군의 오인(?)사격으로 인해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학살로 신고된 사망자는 130여 명이었지만, 당시 살아남은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망자 수는 수백명 이상으로 추정했다. 휴전 이후 미국의 통제하에 살아야만 했던 대한민국은 6.25 당시 미군이 저지른 학살 현장에 대해 달리 항변할 수도 없었고 거론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기도 했다.
과거를 되새기는 위령탑, 하지만 절차를 무시한 공사 위령탑 의미 퇴색
1992년 이종록 옹을 중심으로 한 '위령탑 건립 추진위원회'가 발족됐으나 미국과 외교적 문제로 인해 위령탑은 건립되지 못했다. 이후 2005년 다시금 위령탑 건립에 관해 구미시에 의견서 제출이 있었으나 시정에 반영되지 않았고, 2013년 5월 17일 구미시 형곡동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건립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다시 발족됐다. 순풍에 돛을 단 듯 잘 진행되어 오던 위령탑 건립은 표절시비로 인해 2015년 1월에 또다시 중단됐다.
위령탑조성 추진위원회는 주민들간의 타협과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16년 7월 18일 위령탑 건립을 위한 부지조성에 들어가게 됐고 7월 30일 완공 예정이다.
1억 2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되는 형곡동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은 부지 선정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결국 형곡전망대로 올라가는 산 중턱 체육시설 지역 한귀퉁이를 차지하게 됐다.
위령탑을 세우기 위해 기존의 터를 다지고 확장하느라 인근 소나무들을 옮겨심고 땅속으로 뻗은 뿌리를 상하게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소나무를 베어내는 현장이 포착됐다. 잘려나간 소나무는 나이테로 보아 25년에서 30년 수령은 족히 되는 나무였다.
*잡목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잘려나간 소나무(나이테 분석 25년에서 30년 정도의 수령)
*위령탑 설립 부지 조성 전의 모습(2014년도 사진)
*멀쩡한 소나무를 잘라낸 현장(벌목된 소나무 앞쪽에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이식되어 있다)
구미시 산림과에 따르면 소나무를 벌목할 경우에는 방재계획서를 세워 신고를 해야하며, 베어낸 소나무를 타 지역으로 이동시킬 경우 재선충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소나무류 생산 확인 신청서를 제출해 이동 목적지를 명확히 알린 뒤 이동 발급증을 받아야 한다. 소나무 수집 용도일 경우에는 파쇄 신청서 등을 산림과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산림과에서는 형곡동 위령탑이 세워지는 금오산도립공원내 현장의 경우는 산지전용이라서 시민만족과에 위령탑 설치 신청서와 방재계획서를 신고하는 절차를 밟은 뒤 공사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형곡동 위령탑 조성 관련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소나무 벌목에 대해 금오산 도립공원에 허가를 받았다는 답변을 줬다. 벌목한 이유에 대해 관계자는 "소나무의 가지가 많이 구부러져 있고 위령탑이 많이 높아 시야를 가리기 때문"이라며, 한 그루는 벌목했고 세 그루는 옮겨심었다는 사실을 얘기했다.
현장을 관찰해 본 결과 이상한 점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한 소나무는 잘랐지만 그 앞 쪽에 두 그루의 소나무가 이식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소나무 벌목이 필요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중 실수로 잘라내지 않았을까하는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본지는 형곡동 위령탑 현장의 소나무 벌목과 관련해 제대로된 절차를 밟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금오산도립공원에 문의를 했다. 공원 관계자에 따르면 위령탑 조성 담당 부서에서 사업계획을 세운 뒤 금오산도립공원측에 허가가 들어왔다고 하며, 잡목 제거 계획을 알렸다고 한다. 도립공원측은 이에 대해 '행위 허가'를 해줬다고 하며, 소나무 이식과 잡목 제거와 관련해서는 담당부서에서 알고 있는 사항이라며 소나무 벌목과 관련해서는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시민만족과 산지전용 담당자에게 형곡동 위령탑 조성에 관한 신청서와 방제계획서 접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문의했으나, 담당자는 형곡동 위령탑 조성 관계자에게 문의해 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라며 확인 뒤 답변을 주겠다고 전했다.
공사 현장 관리 감독의 부재로 인해 애꿎은 소나무가 벌목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을 것으로 사료된다.
위령탑 건립이라는 명분 아래, 절차를 무시한 그리고 실수로 무참히 소나무를 잘라내 버린 것은 미군의 오폭으로 인해 희생자를 발생시킨 6.25의 참사 현장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을까?
<한국유통신문 영남총괄본부장 김도형> flower_im@naver.com
기사제보 및 사회적 공헌활동 홍보기사 문의: 010-3546-9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