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25시] 이판사판(理判事判) 대한불교 조계종 제8교구 본사 직지사의 오판(2)-스님의 안타까운 사연, 이면에는 어떤 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의 도시 아잔타에 있는 불교 석굴 전경(출처: 뜻밖의 여정)
(전국= KTN) 김도형 기자= 흔히 막다른데 이르러 어찌 할 수 없게 된 지경에서 끝장을 본다는 뜻으로 이판사판(理判事判)이란 말을 사용한다. 유래는 조선 시대 불교 승려의 두 부류였던 이판승(理判僧)과 사판승(事判僧)을 합친데서 비롯됐다.
조선시대 유교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자 이때 승려들은 두 가지 방향에서 활로를 모색하게 됐다고 한다. 사찰을 존속시키는 것과 불법의 맥을 잇기 위해 사판승은 잡역에 종사함으로서 사찰의 유지를 위해 관리에 힘쓰는 역할을 담당했고, 이판승은 승려의 본분인 참선을 통한 수행에 매진했다.
사판승은 절을 살리기 위해 황실의 원찰이나 양반 부녀자의 비호를 받으며 절을 지키는데 모든 노력을 바쳤다고 하며, 이판승은 사판승과는 달리 속세를 피해 은둔하며 참선과 독경으로 불법을 이어갔다.
참선과 공부만 하던 이판승은 불교의 외형적인 발전에는 기여를 하지 못했고 절을 지킨 사판승은 공부에 매진하지 못해 교리에 어두웠다. 이판승과 사판승이 다투다 말이 통하지 않게 되면 멱살을 움켜쥐며 다툼을 벌이는 일도 빈번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싸움을 걸 때 '이판 사판 한 번 붙자'라는 말이 유래됐다고.
또한 이판사판은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인해 천인으로 전락한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인생의 막다른 선택으로 여겨져 부정적인 의미로 끝장을 본다는 의미가 담기게 됐다.
최근 구미시 도개면 청량산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8교구 직지사의 말사인 문수사에서는 주지 월담스님의 인사와 관련해 신도들이 반발하고 있어,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25일 취재에 이어 두번째 취재를 위해 3일 토요일 오후 문수사를 방문했다.
본지에서 방문할 당시 월담스님 또한 밖의 일로 다녀와 문수사에 갓 도착한 상태였다. 문수사의 상황은 별개로 하고 월담스님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돼 승가의 세계에 속세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말못할 사연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을 접하게 돼 무거운 마음이 들게됐다. 자칫 문수사의 본사인 직지사에 대한 이미지가 왜곡될 수도 있는 사안이어서 사건의 깊은 내막은 공개하지 않기로 한다.
월담스님은 지난 2일 오후 2시 30분 경 직지사 말사의 주지스님을 지낸 한 스님이 겪었던 일에 대해 자초지총을 얘기했고, 스님이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위험한 고비를 넘겼던 스님은 몇 차례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은 뒤 현재 천안의 한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상태다.
월담스님으로부터 병상에 누워 있는 스님 옆을 지키고 있는 지인의 연락처를 건네받아 사건의 발단에 대해 취재했고, 스님이 겪은 일에 대해서 단순하지만은 않은 사정이 있었음을 알게됐다.
안타까운 일을 겪은 스님은 십수년간 주지로 있던 절에서 나오게 됐고 이 후 마땅히 거쳐할 장소가 없는 상태에서 곤란한 일을 겪게됐다고 한다.
고초를 겪은 스님의 지인인 불자 K씨에 따르면 "속세는 속세의 법도가 있고 승가는 승가의 법도가 있는 법이다"라며 작금의 직지사 말사에서 불거지고 있는 일련의 일들은 승가의 일이므로 쉽게 예단해서는 안될 일임을 전했다.
불자 K씨는 직지사의 주지스님이 바뀐 후로 말사인 수도사, 원각사, 대둔사, 개운사, 문수사의 주지가 바뀌게 됐다는 사실을 얘기하며 "주지 발령을 하더라도 승가의 일이고 본사의 주지가 말사의 주지를 인사이동하는 것은 본사 주지의 권한이다"라며 불가에서도 칼자루 쥔 사람이 마음대로 하는 세태임을 알렸다.
또한 K씨는 제가자들이 주지의 횡포다라고 소리 높이고 있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며 속세의 말로 아부를 하던지 해서 문제를 수습해야 하지 않냐라며 현실적이며 냉소어린 말을 건냈다.
복잡하고 혼탁한 오늘을 사는 속세에서 세월이 흐르며 부처님의 가르침 또한 변하기 시작했다. 수도승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모여야만 했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절은 더욱 화려해져야만 했다.
또한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얘기는 더욱 복잡해졌으며 누구나 해탈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감명을 받는다. 하지만 작금의 어지러운 종교계 현실에서 어떤 이가 해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지 돌이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아잔타 26번 석굴에 있는 부처님의 열반에 들 당시의 모습을 조각한 상 부처님은 죽음과 삶이 둘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한국유통신문 영남총괄본부장 김도형> flower_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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