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글 칼럼](2)구멍(으로) 가게

사회부 0 513

구멍(으로) 가게

 

 -현글

 

 우리는 고향으로 가야 한다
 산 좋고 바다 좋은 곳
 누구나 꿈꾸는 그런 멋진 곳
 그곳만이 고향일 수는 없다
 생각해보라
 눅눅한 저 깊은 땅 속, 그곳에서
 울며, 울부짖으며
 신세타령을 할 새도 없이
 찌들었던 고향이 아니었는가

 돌아가고 싶지 않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시간이 진실처럼
 더 아름다운 곳
 눈물이란 떨기는
 무한한 꿈을 키우는 원천,
그러기에 차디찬 바람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심장을 만들었던 그곳

 탄생,
 우리는 시작이라는
 첫걸음을 분명 잊지 못한다
 우리는 바야흐로

 살아왔던 모양을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좀처럼
 목숨보다 더 소중했던
 관계를 잊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마주보며 꿈꾸며
 주먹을 불끈 쥐고
 맹세했던 그곳
 우리들의 고향, 하나하나 모여
 굵은 역사가 된다

 이제
 나, 구멍으로 돌아 가리라
 어머니의 자궁으로 빠지리라
 비바람 피할 그곳
 시퍼런 욕망에 상처입은
 내 양심 회복해줄
 그곳에는 아직도
 따뜻한 흙냄새가 살아있다

 

 

제주의 탄생은 삼성혈이다. 삼성혈은 제주 원주민의 발상지이다. 제주시 이도1동에 위치한 삼성혈은 제주의 중요한 유적지이다.

세상 살면서 우리는 시련과 아픔, 상처 입은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 상처받음 영혼을 위로받아 재충전의 힘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고향일 뿐이다. 고향은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 내가 고향을 배반하지 않는 한 말이다. 지금 힘들고 어렵다면 고향으로 가서 상처를 치유할 지어다.

그런 다음 다시 힘을 내서 전진해보는 것은 어떨까.
벚꽃이 필 즈음에는 삼성혈에도 한번 가서 탄생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좋은 위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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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현글(본명 현달환)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 출신으로 2012년 문장21 (시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해 문학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문학정신」에 수필 등단 후 제주문인협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뉴스N제주 대표이면서 편집국장을 담당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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