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 하늘은 무거운 회색 구름으로 덮여 있었고, 공기는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비가 내릴 듯 말 듯한 날씨 속에서 그는 지인의 건물 앞을 지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었다. 그러나 그가 지나친 미용실 앞에서, 그는 자신의 마음이 예기치 않게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후덥지근한 아침,
비는 추적추적 흐르며
흐린 하늘 아래,
세상은 잠잠히 숨을 고른다.
그날 그녀를 처음 본 건,
비에 젖은 공기 속,
짧은 반바지에 감긴 다리는
비처럼 시원하게 뻗어 있었고,
늘씬한 몸매는
태풍 속에 고요히 서 있는 나무처럼
우아함을 품고 있었다.
곱상한 얼굴에 흐르는 미소,
비 내리는 아침에
한 줄기 빛이 되어
내 마음을 두드렸다.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후덥지근한 공기마저 식힐 만큼
그녀의 존재는 선명했고,
그날 아침 내 가슴에
한없이 깊은 설렘의 물결을 남겼다.
흐린 날의 그 순간,
비는 계속 내리지만,
내 마음엔 이미
뜨거운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녀가 거기 서 있었다. 지인의 건물 아래에 자리한 새로운 미용실의 원장. 그녀는 짧은 골프웨어 반바지를 입고 있었고, 늘씬한 다리와 곱상한 얼굴은 햇살이 없는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눈부시게 빛나는 듯 보였다. 그 순간, 그의 가슴은 설레었고, 미용실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이러한 감정은 그가 오랫동안 느껴온 것과는 다른, 신선하면서도 어딘가 위험한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십 년 전, 그는 우연히 우리 동네 작은 미용실을 찾았고, 그곳에서 그녀를 만났다. 미용실 원장인 그녀는 젊고 재능이 많았다.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그림도 잘 그리는 화가였으며, 무엇보다도 성격이 명랑하고 쾌활했다. 그녀에게는 남다른 매력이 있었다.
당시 그녀는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었다. 일찍 이혼한 후, 홀로 딸을 키우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모습에, 그는 자연스럽게 끌렸다. 첫눈에 반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녀에 대한 감정은 점점 깊어졌고, 그는 그 미용실의 단골이 되었다. 매달 반에서 두 달에 한 번씩, 그는 머리를 자르기 위해 그녀를 찾아갔다. 미용실에 가는 날은 늘 기대되는 날이었고, 그녀와 나누는 대화는 그에게 작은 기쁨이 되었다.
그녀는 딸을 위해 아침마다 횡단보도에서 안전 봉사활동을 하고, 초등학교 학부모회 회장도 맡는 등,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그녀를 응원하고 싶었다. 그래서 종종 봉사 현장을 촬영해 주기도 했다. 그녀가 보여준 긍정적인 에너지는 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녀와의 관계는 단순한 원장과 손님의 관계를 넘어선, 일종의 신뢰와 애정이 섞인 특별한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그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고 말했다. 결혼식 청첩장을 보여주며, 행복한 미소를 짓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그녀가 드디어 정상적인 가정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꼈다.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랐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 생활은 불과 한 달여 만에 파국을 맞았고, 남자와의 분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녀는 도움을 요청해왔고, 그는 가능한 한 그녀에게 도움을 주었다. 그녀는 다시 딸과 함께 외톨이가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다시 일상을 회복해갔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은 의젓하게 자라 있었고, 그녀 역시 여전히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이러한 모든 과정을 함께해왔고, 그녀를 향한 자신의 감정이 단순한 설렘을 넘어선, 오랜 의리로 이어졌음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아침, 그 의리는 흔들렸다. 새로운 미용실 원장의 모습은 그의 마음에 새로운 감정을 불러일으켰고, 그것은 자신이 과연 얼마나 충실한 사람인지 되돌아보게 했다.
미용실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그의 마음을 갈라놓았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설렘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랜 세월 쌓아온 의리를 저버리기 싫은 마음이 있었다. 이 감정의 갈등 속에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깨달았다. 의리란 과연 한낱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남자에게 있어서 의리는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그는 미용실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 결심 속에는 죄책감이 뒤따랐다.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 세월 쌓아온 신뢰를 저버리는 것 같았고, 그것이 그를 괴롭게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새로운 미용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길이 옳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의리란, 때로는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라는 것이다. 그 가치는 종종 감정의 파도 속에서 흔들리지만, 결국 인간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 아닐까.
그는 새로운 미용실 문을 열면서, 이 모든 것을 곱십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나약함도 인간의 일부다. 하지만 의리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를 가진다."
장르-수필형 소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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