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71] 수필-기획, 변화의 설계도

사회부 0 284 2025.03.12 09:07

기획이라는 것은 정교한 설계도를 짜는 작업이다. 지자체의 시민문화활동지원사업에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그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서류 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기획이란 단순한 종이 위의 계획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하나의 방향타라는 것을 느꼈다.

나는 언젠가 해안선을 따라 차를 몰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목적지 없이 달리는 길이었다. 바다는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도로는 저 멀리 희미하게 사라졌다. 바람은 차창을 때렸고, 라디오에서는 낯선 음악이 흘러나왔다. 한참을 달리다가 문득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마음속에 불안감이 퍼졌다. 지도도 없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기획이 없는 일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표류하는 것. 이리저리 떠밀려가는 것. 그리고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는 상태.

그런데 기획이 있다면 다르다. 단순한 방향성이 아니다. 정밀하게 설계된 지도다. 세부적인 단계가 있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에 대비하는 플랜 B가 있다. 시민문화활동지원사업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나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마치 섬세한 건축 도면을 그리는 일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를 고려하고, 예산을 산정하고, 공사 기간을 정하고, 무엇보다 그것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일. 종이 위에 수많은 선이 그어지고, 그 사이사이에 수치를 채우는 과정 속에서 나는 기획이야말로 세상의 모든 변화를 만들어내는 출발점이라는 걸 깨달았다.

모든 변화는 기획에서 시작된다. 도로 하나가 생기고, 건물이 세워지고, 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는 반드시 기획이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전시회, 공연, 책 한 권에도 보이지 않는 기획이 스며 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길을 설계하고, 또 누군가는 그 길을 따라간다.

물론 기획이 완벽할 수는 없다. 바람이 불고, 예상치 못한 폭우가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기획이 없다면 어떨까? 망망대해에서 나침반 없이 표류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기획은 단순한 준비가 아니다. 그것은 방향을 정하는 일이며,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씨앗이다. 어떤 일이든, 기획이 있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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