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43)] 수필-눈 내리는 기억

사회부 0 188 2025.02.12 07:56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어둠을 밀어내듯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고, 그 속에서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바람 한 점 없는 거리, 천천히 내려앉는 눈송이들. 나는 그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감상적인 마음을 경계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눈 내리는 장면 앞에서는 어쩐지 속수무책이 되곤 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차례로 떠오르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눈이 많이 내리던 날들이 있었다. 옥상에 쌓인 눈을 치우느라 삽질을 하던 순간도, 마당에 눈을 한데 모아 이글루를 만들겠다고 형제들과 땀을 뻘뻘 흘리던 순간도.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날, 그저 창문 너머 세상이 온통 흰빛으로 뒤덮이는 것을 지켜보며 마음이 들뜨던 기억도 있다. 어린 마음에도 그렇게 하얀 세상은 특별한 날처럼 느껴졌다.

어째서일까. 눈 내리는 날은 늘 좋은 기억들만 떠오른다. 어렴풋한 향수를 끄집어내듯, 오래된 장면들이 조용히 마음속을 맴돈다. 꼭 따뜻했던 기억들만을 골라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상하다. 불편하고 추웠던 날들도 있었을 텐데. 하지만 기억은 늘 선택적인 것이고, 눈 내리는 날에는 기분 좋은 것들만 소환되는 법이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부드러운 눈이 소리 없이 밟혔다. 아무도 밟지 않은 신선한 눈 위에 내 발자국이 찍혀가는 것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이면 이 눈 위에 수많은 흔적이 새겨지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깨끗한 상태로 남아 있을 거라고. 마치 기억 속의 어린 날들처럼.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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