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은 후 선산의 죽장사와 무을의 수다사를 향해 발길을 옮겼다. 대학교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친구가 시간이 날 때면 절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겨울이었지만 포근했던 공기 속에서 고요한 절을 둘러싼 산의 풍경들이 조용히 잠든 시간을 깨우고 있었다.
절은 생각보다 한적했다.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들릴 뿐, 주변은 고요했다. 친구는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의 소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이 짊어진 업장을 지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고요히 마음을 닦는 것이라고 했다. 대웅전 앞에서 잠시 멈춘 그는 단청에 그려진 부처님의 생전 일화를 가리켰다. 붓질 하나하나가 정성으로 빚어진 듯한 그림이었다. 그는 부처님이 깨달은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차분히 설명했다.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친구의 목소리에는 단단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친구는 절을 하는 요령을 가르쳐 주었다. 이마를 바닥에 대는 동작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설명하며, 손을 천천히 모으는 그의 자세는 더할 나위 없이 정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 동작을 따라 할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서서히 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농담처럼 덧붙였다. “부처님도 혼자서는 모든 소원을 처리할 수 없어서 각 절마다 위임했대.” 나는 웃음을 참으며 그 말을 되새겼다.
수다사의 명부전은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둡지만 묵직한 분위기, 벽을 따라 서 있는 신들의 형상. 친구는 명부전이 삶의 재판을 관장하는 신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신중하게 발을 내디디며 천천히 내부를 둘러보았다.
절을 나설 무렵, 나는 느꼈다. 이곳은 단순히 종교적 의례를 위한 공간만은 아니었다. 절은 한 사람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침묵의 거울이었다. 절 안의 고요함이 삶의 소음들을 잠시 멈추게 했고, 짧지만 강렬한 성찰의 순간을 선물했다.
돌아오는 길, 친구는 자신이 불교와 도학에 심취하게 된 계기를 조심스럽게 들려주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단순한 흥미 이상의 깊은 확신이 느껴졌다. 그날의 나지막한 대화들이, 나의 내면에 작은 씨앗으로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철학/평론 1편 2편 55편 56편 73편 75편 77편 79편
전자책 출판 방법론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여행기 12편
수필 13편 14편 15편 16편 17편 18편 19편 20편 21편 22편 23편 24편 25편 26편 27편 28편 29편 30편 31편 32편 33편 34편 35편 36편 37편 38편
39편 40편 41편 42편 43편 44편 45편 46편 47편 48편 49편 50편 51편 52편 53편 54편 57편 58편 59편 60편 61편 62편 63편 64편 65편 66편
67편 68편 69편 70편 71편 72편 74편 76편 78편 80편 81편 82편 83편 84편 85편 86편 87편 88편 89편 90편 91편 92편 93편 94편 95편 96편
97편 98편 99편 100편 101편 102편 103편 104편 105편 106편 107편 108편 109편 110편 111편 112편 113편 114편
수필 1편 2편 3편 4편 5편 6편 7편 8편 9편 10편 11편 12편 13편 14편 15편 16편 17편 18편 19편 20편 21편 22편 23편 24편 25편 26편
[모닝글LORY(2025-27)] 수필-명부전 앞에서 멈춘 생각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