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23)] 수필-생각의 문을 두드리던 순간

사회부 0 195 2025.01.23 07:49

2012년이었다. 고병권 선생의 ‘생각한다는 것’을 손에 쥐고 책장을 넘기던 그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금연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던 시기였다. 손이 허전했지만, 그 허전함이 책으로 향하는 집중력을 길러주었다. 나는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갔다. 단 한순간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들과 철학적 사유가 내게 스며들었다.

이 책은 고병권이 청소년을 위해 쓴 철학 입문서였다. 하지만 나는 청소년도 아니었고, 철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내 삶의 방향을 묻고, 흔들렸던 마음을 정리해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삶의 본질과 행복, 자유, 우정 같은 주제들이 그때껏 무겁게만 느껴졌던 철학의 언어에서 벗어나 생동감 있는 이야기로 내 앞에 펼쳐졌다. 책 속의 철학자들은 마치 낯선 길 위에서 만난 안내자 같았다. 그들은 "이 길로 가보라"며 내게 손짓했다.

책을 읽고 독서 감상문을 썼다. 감상문을 쓰는 동안 마음 한구석에 묘한 설렘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책하나구미운동’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어릴 적 백일장에서 상을 받은 이후 처음 받아본 상이었다. 그 설렘은 단순히 기쁨을 넘어선 무언가였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읽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순간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그 상은 내게 작은 변곡점 같은 것이었다. 당시엔 단순히 감상을 적었을 뿐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글 속에 나의 변화가 담겨 있었다. 금연이라는 결심, 철학이라는 새로움, 그리고 그 새로움을 나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과정. 만약 그때 그런 계기가 없었더라면, 나는 여전히 고민만 하며 길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살면서 철학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건 우연한 계기들이 쌓여 이루어진 결과였다. 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질문의 힘을 믿었고, 삶의 불편함을 직시하면서도 그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발견해내곤 했다. 그런 이야기는 내게 새로운 창문을 열어주었다.

지금도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얼마나 더 깊은 생각과 경험 속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의미 있는 일들을 내 안에 담아갈 수 있을까? 감동이 있는 소설 속 인물들이 그러하듯, 나는 작은 계기 하나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고병권 선생의 책이 내게 그랬듯이 말이다.

어쩌면, 철학은 특별한 이들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게도, 당신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문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그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리고 그 문을 두드릴 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작은 파장이 일어나는 것을 느낀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