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안동 서후면에 위치한 조상님 묘소를 벌초하러 다녀왔다. 부드러운 흙길을 따라 산을 오르며,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성묘하러 다녔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는 이 일이 고되기만 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온몸에 묻은 흙과 땀을 닦으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가던 나는, 조상님들을 기리는 일이 그저 부모님 세대에게만 중요한 일처럼 느껴졌었다.
아버지는 매년 빠짐없이 이곳을 찾았다. 그는 묘소를 찾아 풀이 자란 곳을 다듬고 흙을 정돈하면서도 특별한 의식을 치르지는 않았다. 향을 피우지 않았고, 조상님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도 않았다. 그저 묵묵하게 그의 할 일을 해나가는 모습이었지만, 그 태도 속에는 깊은 경외심이 담겨 있었다.
나에게 그 순간들은 육체적으로만 다가왔다. 성묘는 그저 또 하나의 일과였고, 어린 마음에는 피할 수 없는 의무처럼 여겨졌을 뿐이다. 나무 아래서 잠깐 쉬는 시간조차 무겁게 느껴졌다. 아버지가 왜 이 일을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내가 아버지의 위치에 서게 되자 그가 느꼈던 감정이 천천히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벌초를 하면서도 조상님들의 이름을 떠올리지는 않지만, 그들의 존재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그들이 존재했기에 내가 있고, 그들의 이야기가 이 땅과 내 삶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천년불패지지로 알려진 명당이라 불리는 이곳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땅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역사를 담은 공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벌초는 여전히 고된 일이지만, 이제 그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 아버지처럼 나도 풀을 깎고 흙을 다듬으며, 조상님들에 대한 예의를 다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단순한 후손이 아닌, 이 세상의 일부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조상을 섬기는 벌초 문화는 우리 세대에서 끝날 듯하다. 너무나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많은 이들이 더 이상 이 육체적인 수고를 감당할 여유가 없고, 새로운 세대는 더 효율적이고 간편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간다. 앞으로는 다른 방식으로 조상님의 얼을 이어 나가야 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방식으로 전통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조상님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가치를 이어가려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형태는 변할지라도 그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이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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