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100)] 수필-어머니의 박에 새긴 시간

사회부 0 273


스크린샷 2024-11-23 080842.png

 


어머니는 손끝으로 세상을 조각하곤 하셨다. 나의 기억 속, 그녀는 박을 손에 들고 앉아 있었다. 얇고 날렵한 조각칼이 박 표면을 스치며 선을 만들어낼 때마다, 그것은 단순한 선 이상이었다. 가느다란 라인 속에는 계절의 흔적과 어머니의 사유가 담겨 있었다. 공예라고 불렀지만, 사실 그것은 일종의 대화였다고 느낀다. 어머니와 자연,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세계 사이의 은밀한 소통.


어머니의 작업실은 특별한 장소였다. 마루 끝 한쪽에 마련된 작은 공간,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오고 먼지의 흔적마저 반짝이던 곳. 박과 칼, 그리고 몇 가지 도구들로 채워진 단출한 공간에서 어머니는 하루를 보냈다. 손끝은 늘 바빴고, 머릿속에는 새로운 무늬가 그려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 무늬들은 산과 강, 바람과 달빛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정작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는 그 안에서 그녀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강인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쉼 없이 흐르는 에너지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완성된 작품을 사람들에게 건넸다. 지인들에게, 이웃들에게, 심지어 가끔은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그녀는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손끝에서 나온 조각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혹은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어머니는 단지 웃으며 작품을 건네주었고,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어머니가 박을 새기던 그 시절은 오래전에 멈춰버렸다. 삶의 무게는 그녀를 다른 길로 인도했다. 가족을 돌보고 생계를 책임지는 일은 어머니에게 새롭고도 더 큰 공예를 요구했으리라. 이제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것은 무늬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하루였다. 그것은 공예보다 더 복잡하고, 예술보다 더 힘든 작업이었다.


나는 요즘 공예가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들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섬세한 무늬는 어머니의 박을 닮았다. 아마 어머니가 작업을 이어갔다면, 그녀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어머니의 작품은 갤러리에 걸려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그 길을 걷지 못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삶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으니까.


이제는 내가 어머니를 위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 그녀의 손끝이 다시 박 위를 스칠 수 있도록, 그녀의 세계가 다시 빛날 수 있도록. 박 위에 새겨진 그녀의 무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녀의 삶이 얼마나 신성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는지 그녀가 알 수 있도록.


어머니의 박 위에 새겨진 것은 단지 예술이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그 섬세한 무늬들은 그녀의 부지런함과 열정, 그리고 그녀가 우리에게 남겨준 사랑의 흔적이었다. 나는 이제 그것을 그녀에게 다시 돌려주고 싶다. 그녀의 손끝에서 다시 시작될 무언가를 기다리며.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스크린샷 2024-08-11 155405.png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스크린샷 2024-06-14 172010.png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