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98)] 수필-어른이 된 아이

사회부 0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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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간은 동화책과 소설 속에 들어가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였다. 헨젤과 그레텔이 깊은 숲속을 헤매며 길을 찾는 장면에선, 마치 내가 헨젤이 되어 손에 쥔 빵 부스러기를 조심스럽게 떨어뜨리는 기분이었다. 빨간 장화를 신은 소녀가 되어 비 오는 거리를 뛰어다니기도 하고,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티틸과 미틸의 여정에선 내가 손에 쥔 작은 등불을 비춰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보물섬의 험난한 모험이나 15소년 표류기의 아슬아슬한 순간들에선 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밤엔 꿈도 더 선명했다. 내 방 한구석의 그림자마저 보물섬 지도의 일부처럼 느껴졌으니까.


그중에서도 에리히 캐스트너의 《하늘을 나는 교실》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야기는 단순한 학교생활을 그리지만, 친구들 간의 우정과 신뢰, 그리고 어른과 아이를 연결하는 다정한 이해의 순간들이 깊은 울림을 주었다. 나는 종종 교실 창문 너머로 저 멀리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책 속의 아이들은 실제로 하늘을 날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상상은 어떤 제약도 받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내가 어린 시절 가장 사랑했던 순간들이었다.


그 시절엔 상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상상력을 조금씩 내려놓는 일이라는 걸 미처 몰랐다.


최근 들어 문득 동화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감동과 희열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지금의 나는,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왜냐하면 나는 이미 어른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데 너무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얼마 전 접한 소식 때문이었다. 경북 북부권 아동문학단체인 동글동글문학회에서 창작 동화집 《달달 가게의 온도》를 출간했다는 이야기가 나를 깊이 흔들어 놓았다. 이 동화집은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한다고 했다. 그 소식은 단순히 책 한 권의 출간 이상이었다. 그것은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감각들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어릴 적 책 속에서 느꼈던 순수한 감동, 그것이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면서도, 나 역시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열망이 피어났다.


나는 글을 써왔다. 수필로 내 삶을 기록하며 그 순간들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나의 기록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빛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어릴 적 감동과 희열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이 잠시나마 따뜻함을 느끼고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책임과 현실의 무게를 견디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면을 자주 마주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순수했던 시절의 기억은 조금씩 흐릿해지고, 마음 한켠엔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공허함이 자리 잡는다. 인간의 본성이라고, 철학자들은 그걸 당연하다고 설명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당연함’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그 시절의 나를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내 안에는 어린아이가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자라기를 원치 않는다. 대신 그 아이가, 내 삶의 오래된 친구로 남아 있기를 바란다.


유년 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자양분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때로는 너무 지쳐버린 하루 끝에서, 그 기억들이 나를 다시 숨 쉬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만약 내가 동화책을 쓴다면, 그 이야기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오래도록 남아 자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시절의 기억을 단순히 추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키고 되새기며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내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꿈꿨던 세상을 지금의 나로서 다시 만들어가는 일 말이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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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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