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오래된 신문을 뒤적거리며 낡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바깥에서는 겨울 햇살이 희미하게 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벽난로의 불길이 나직한 소리로 타고 있었다. 신문 속에 실린 사진에는 무언가를 외치는 군중이 가득했다. 그들의 얼굴은 희망과 분노, 혹은 무엇인지 모를 열망으로 뒤섞여 있었다. 나는 그 사진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이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저 수많은 얼굴 속에 담긴 것은 진정 그들의 목소리였을까? 아니면 그들을 불러모은 누군가의 목소리였을까?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은 정치적 선동에 이용되는 좋은 도구가 되어왔다. 역사는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굶주린 사람들, 부당함에 분노하는 사람들, 그리고 무언가를 갈망하는 사람들. 그들은 때로는 혁명의 불씨가 되었고, 때로는 거대한 정치적 실험의 희생양이 되었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이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몇 년 전, 나는 어느 작은 마을의 광장에서 열린 집회를 취재한 적이 있었다. 연단에 선 사람은 손을 힘껏 뻗으며 "우리는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외쳤다. 군중은 열렬히 호응했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마치 희망의 불꽃처럼 보였지만, 나는 그 광경이 묘하게 불편했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군중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정치적 전략 중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떠오를 때, 나는 그날 밤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리가 믿는 것이 정말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인지 의심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그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자신이 믿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무지몽매한 사고에 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고, 믿음이라는 것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신문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작은 마을의 광장은 지금쯤 조용할까, 아니면 또 다른 목소리로 가득할까? 어쩌면 세상은 늘 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반복 속에서도 나는 변화를 희망한다.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기를, 더 이상 누군가를 무작정 믿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큰 힘일 것이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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