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110)] 수필-시간 너머의 한 조각

사회부 0 405

스크린샷 2024-12-15 202106.png

피카소 그림 스토리 상상도(미네르바 AI로 제작)

 

 

때로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감춰진 이야기에 끌린다. 그것이 무엇이든 직접 보지 못해도, 말만 듣고서도 그 존재를 믿고 감탄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의 상상력 덕분일지도 모른다. 나는 최근 한 그림의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국내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전율이 느껴졌다. 피카소의 작품이라는 그 그림은 한 번도 세상에 공개된 적이 없었지만, 조심스레 다듬어진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그림 속에 자리한 사람들과 산맥, 그리고 그들의 이별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피카소가 그렸다는 가칭 탕헤르의 위기. 배경은 북아프리카의 아틀라스 산맥이었다. 내가 본 적 없는 산맥, 그러나 그 이름은 마치 오래전부터 들어온 것처럼 익숙했다. 아틀라스 산맥은 지중해와 사하라 사이에서 끝없이 이어진다. 나는 그 산맥이 무겁고, 어두운 그림의 배경에 자리했으리라고 상상했다. 그곳의 땅과 하늘은 척박하고 푸른빛으로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남자는 베르티에 소총을 어깨에 걸치고 서 있었다. 긴 총은 그가 짊어진 운명의 무게를 대신하고 있었다. 전쟁이란 이름으로 그는 끌려가야 했고, 그 앞에는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키마르를 썼지만, 어쩌면 그 그림 속에서는 얼굴이 살짝 드러났을지도 몰랐다. 피카소는 종종 얼굴을 단순하고 대담하게 그리곤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의 눈길이 조금은 더 부드럽지 않았을까. 여자의 손끝에는 초록과 하얀, 그리고 빨간 별이 그려진 깃발이 있었다. 깃발은 이들의 희망이자 마지막 약속처럼 조심스레 그려졌을 것이다.


그림은 전쟁이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를 보여준다. 아틀라스 산맥은 두 사람 사이에 불가항력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산맥은 그들을 갈라놓았고, 그들을 감싸는 색조는 대비를 이뤘을 것이다. 차가운 푸른색은 현실을, 인물들의 따뜻한 색조는 사랑과 희망을 의미했으리라.


그림의 중심에는 이별이 있었다. 남자는 떠나면서 깃발을 건네주었고, 그것은 말로 하지 못한 약속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깃발을 쥔 여자의 손이 떨리고, 남자의 뒷모습이 멀어지는 장면. 멀리 프랑스 기병대가 흐릿하게 그려졌다면 그것은 그들의 운명과 시대의 암울함을 조용히 말해주고 있었을 것이다.


이 그림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의 한 목사님이 오래전 선대에서 구입해 가보처럼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것은 감탄이나 놀라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어디엔가 피카소의 초기 걸작이 조용히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마치 기적 같아서였다. 세상이 몰랐던 시간 동안, 그것은 아무 말 없이 한 가정의 역사 속에 있었다.


피카소의 작품은 시대를 초월한다. 그의 그림은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과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앞에 서면 말없이 그 그림의 일부가 된다. 이 그림, 탕헤르의 위기가 공개된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남자의 어깨에 걸린 총의 무게를, 여자의 떨리는 손끝을, 그리고 그들 사이에 놓인 산맥을 볼 수 있을까.


이 스토리를 접한 후 피카소의 그림이 가진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예술은 시간을 뚫고 우리를 만난다. 그것은 한 시대의 사건을 넘어서 인간의 고통과 애틋함을 고스란히 불러낸다. 직접 보지 못했음에도 나는 그 그림의 한 조각을 품고 산다. 그것은 어쩌면 나만의 그림일지도 모른다.


피카소는 말없이 그렇게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먼 북아프리카의 산맥과 두 사람의 이별, 그리고 한때 잊히지 않았던 깃발처럼, 예술은 한 번 마주한 순간 우리 안에서 끝없이 살아 숨 쉬기 때문이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스크린샷 2024-08-11 155405.png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스크린샷 2024-06-14 172010.png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