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문화/인터뷰/칼럼 > 문화
문화

 

신촌구락부 방문, 신이현 작가의 '레돔'을 만나다. 프랑스 농부와 자연과 소똥이 빚어낸 걸작

김도형 0 5405

 

39055260_1305345869602382_8861752227371417600_n.jpg

25299068_1593913640666132_8221360931369244291_n.jpg

 

레돔.jpg

레돔LESDOM 시드르 프랑스 농부가 한국에서 만든 사과 스파클링 와인(☜구매 클릭)

 

 

사전에서 농부는 ‘농업을 업으로 삼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농부(農夫)의 한자를 풀이하면 ‘별(辰)을 노래하는(曲) 사람’이라는 뜻이 된다. 별을 노래하는 사람이 농부라니 아름다운 풀이다. 그렇지만 사실이다. 농부는 땅속의 아주 작은 미생물부터 하늘의 신호까지도 알아내는 사람이다. 그냥 괭이 들고 나가서 땅 파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이다. -"[포도나무 아래서, 신이현]<6>소똥 구하기 대작전… 소 궁둥이를 따르라" 중-

 

(전국= KTN) 김도형 기자= 신이현 작가는 계명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1994년 장편소설 『숨어있기 좋은 방』으로 등단한 인물이다.

 

39441146_1892733907450769_5795472291894657024_n.jpg

8월 16일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열린 '알자스의 맛 충주의 맛' 북콘서트 현장, 신지현 작가 부부 

 

이후 신 작가는 '갈매기 호텔(1997, 살림)', '내가 가장 예뻤을 때1999, 내작가정신)', '잠자는 숲속의 남자(2003, 이가서)' 등의 장편소설과 '루시와 레몽의 집', '에펠탑 없는 파리', '열대탐닉' 그리고  '에디트 피아프(2002, 이마고)', '야간비행(2003, 행복한 책읽기)'을 번역했으며, 현재 동아닷컴에 '포도나무 아래서'를 연재 중이다.

 

19일 경북 김천 아포에 위치한 신휘 시인이 운영하는 씨앗카페(별칭 신촌구락부)를 방문한 신이현 작가는 프랑스인 남편 도미니크 에어케 씨와 충북 충주에서 포도와 사과 농사를 짓고 살며 프랑스 전통기법 네추럴 와인 개발과 작품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와인을 만들기 위해 신휘 시인이 재배한 유기농 포도를 사용하고 있는 신이현 작가는 씨앗카페서 지인들을 만나 두런두런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일요일 한때를 보냈다. 신 작가는 포도농사를 위해 상주에 땅을 구하고 싶다며 향후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부를 얘기했고, 이날 남편 도미니크 씨가 충주 사과로 빚어낸 프랑스식 레돔 시드르를 선보이기도 해 씨앗카페에 모인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externalFile5.jpg

신이현 작가와 남편 도미니크 씨가 만든 프랑스 시드르(사과 와인) '레돔'

3.jpg

externalFile.jpg

 externalFile3.jpg

 2.jpg

externalFile2.jpg

 

1.jpg

externalFile1.jpg

 

불어불문학과를 나온 연유에서 인지 그녀의 이력은 독특하다. 2003년 프랑스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도미니크 에어케 씨와 현지에서 살다가 지난 2013년 남편의 직장을 따라 서울에서 1년 6개월 가량 생활 후 다시 프랑스로 귀농했다.

 

39210985_1305345796269056_2715404519260291072_n.jpg

사과 시드르를 시음하는 남편 도미니크 씨(사진 신이현 작가 페이스북)

 

넥타이 매고 노트북 가방을 들고 회사를 오가던 바쁜 도시생활을 뒤로한채 귀농을 결심한 도미니크 씨는 40세에 프랑스 농업학교에 입학해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배웠다.


부부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를 재배할 땅을 찾아 프랑스 남쪽을 돌아다녔으나, 한국에서 머나먼 유럽 프랑스는 신이현 작가에게는 여전히 낯선 곳이었다. 도미니크 씨는 고향을 그리워 하는 아내를 위해 지난 2016년도에 한국행을 결심했다.
 
이제 어디에 가서 와인을 만들지? 그는 프랑스 남쪽을 돌아다녔다. 우리 이곳에서 한번 살아볼까? 그러나 내게는 너무 낯설었다. 더 이상 외국에 살고 싶지 않았다. 이런 낯선 시골에서 조그마한 동양 여자로 늙어갈 게 슬프게 느껴졌다.

“그럼 한국은 어때? 포도 와인은 많지만 사과로 만든 시드르(사과 스파클링 와인)는 없잖아. 우리가 처음 만들어보자.”

-[포도나무 아래서]〈1〉‘코레’ 농부가 된 프랑스 남편-


신이현 작가의 시아버지는 아들의 한국행을 크게 반대했다. 도미니크 씨의 고향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지로 알려진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위치한 알자스다. 알자스인들은 자신들의 고향에 대한 애착이 상당해 알자스가 세상에서 가장 풍광이 아름답고, 제일 맛나는 음식에 가장 살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런 곳에서 자란 도미니크 씨가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내에 대한 사랑의 깊이가 어느정도였는지를 반증하지 않을까.

 

최고의 와인을 생산해내기 위해 최적의 환경에서 자란 포도와 사과가 필요했던 도미니크 씨와 신이현 작가는 강원도를 비롯해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우연한 계기로 충주에 정착하게 됐다.

 

프랑스 농업학교에서 배운 친환경 유기농법 지식으로 과수원을 관리하는 도미니크 씨의 모습은 한국인 농부들이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로 독특한 농법이었다.


“사람은 섭취한 음식을 거의 다 흡수해 버리기 때문에 똥으로 나왔을 때 별로 써먹을 양분이 없어. 닭이나 돼지의 똥은 질소가 너무 많이 함유돼 있어 토양을 오염시켜. 소똥이 좋은 건 풀만 먹기 때문이지. 무엇보다 되새김질을 통해 음식물이 길고긴 소의 장을 통과하는 동안 건강한 미생물들이 생성된단 말이야. 균형 잡힌 최고의 영양 똥이라고 할 수 있어.”


“이 농법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농부가 농작물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땅도 키운다는 것이지.”

-[포도나무 아래서]<6>소똥 구하기 대작전… 소 궁둥이를 따르라-


한국에서는 생소한 식물과 우주의 조화로운 이치를 담은 생명역동농법을 도미니크 씨는 고수했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귀농해 정착하게 된 도미니크 씨와 신이현작가가 담근 최초의 술은 신휘 시인이 농사지은 캠벨 타크 포도였고, 자신들이 키운 사과로 만든 프랑스 시드르 '레돔'은 하나의 작품이 되어 시중에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인기리에 시판되고 있고, 지난 7월 19일 말술남녀 팟방 방송에 레돔이 소개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알자스의 맛' 책을 펴낸 신이현 작가는 지난 16일 파주 교하도서관에서 '알자스의 맛 충주의 맛'이란 주제로 북콘서트를 가지며 사랑하는 남편 도미니크 씨와 프랑스 알자스에서 보낸 인생의 한켠과 알자스의 맛과 멋에 대해 소개했다.

 

39206357_1892734410784052_7454567658113990656_n.jpg

39387259_1892733967450763_7959699650854780928_n.jpg

39301831_1892734160784077_8011862011484831744_n.jpg

신이현 작가의 북콘서트 현장(사진 신이현 작가 페이스북)

 

씨앗카페에서 처음 만난 신이현 작가는 여느 평범한 귀농인과 다르게 꾸준한 작품활동과 함께, 포도 와인과 사과 시드르 만들기를 평생 업으로 삼은 프랑스인 남편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농익은 포도와 같이 소담한 삶의 깊이를 간직한 사람이다.

 

현재 동아닷컴에 연재중인 신이현 작가의 글에서 느껴지는 유유자적한 농촌의 삶은 인간이 귀농을 필연적으로 해야만 할 이유에 대해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이들 부부가 앞으로 이뤄낼 한국형 시드르와 질좋은 포도 와인 만들기와 같은 일들에 대한 기대감이 앞서며 농촌 삶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레돔의 대박을 기원한다.

 

수북한 풀을 보니 나도 부끄러워져서 레돔에게 당장 베라고 했더니 그는 폰을 열어 일기예보를 체크했다. 가뭄이 계속될 때 풀은 더디게 베는 게 좋다, 싹 베어 버리면 벌레들이 갈 곳이 없다, 등등의 이유로 아직은 풀을 벨 때가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멀리서 봤을 때는 지저분한 똥 더미처럼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꽤 흥미로웠다. 이 똥 마을, 생각보다 재미있는걸!

 

“글쎄, 이 거름더미 입주자들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삶의 하모니를 이루고 살지. 이 벌레가 생기면 저 벌레가 오고, 저 벌레를 따라 또 다른 놈이 오고…. 서로 잡아먹고 먹히면서 똥을 싸고, 수억 마리의 박테리아가 거기에 붙어서 번식을 하면서 결국엔 미네랄이 넘치는 기름진 동네로 만들어주는 고마운 이들이지.”
-[포도나무 아래서]〈9〉거름더미에서 ‘어린왕자 소행성’을 발견하다-

 

기사제보 및 사회적 공헌활동 홍보기사 문의: 010-3546-9865, flower_im@naver.com

<저작권자(c)한국유통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ttp://www.youtongmart.com

youtongmart.gif

 

 

 

 

 

39179855_1305345396269096_529379561322840064_n.png

 

39253358_1892734277450732_2658159472857317376_n.jpg

 

39284519_1305345912935711_1046513243171848192_n.jpg

 

39306172_1892734337450726_3323340531370557440_n.jpg

 

39335171_1892734217450738_5191940910480359424_n.jpg

 

 

 39337286_1892734090784084_6938085320940322816_n.jpg

 

39389902_1892734010784092_6137412372249182208_n.jpg

 

39467715_1892733874117439_6705690395809939456_n.jpg

 

DSC03343.jpg

 

 

 

DSC03351.jpg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