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학] 사소한 첫 눈
'첫눈 내리는 가로등 풍경' 어반스케치 스토리텔링 작가 EK. NAM
첫눈이 내렸다.
그것을 바라보는 내가 새삼 낯설다.
나는 여기 있구나.
저 밖 느리게 흩어지는 눈밭의 회상에서
나는 얼마나 멀리 왔을까.
첫 눈을 보고 설레지 않는다면 심장이
더이상 청춘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때 기록이고 사건이었던 첫 눈
시간은 점점 사소해지고 단순해지길 원한다.
예감이 내일에서 걸어와 마음에 묵지 않는다.
누군가 믿는다는 건 위태로운 용기일 뿐.
하얗게 다만 하얗게 눈은 쌓이고 쌓일 뿐.
생은 생솔가지 분질러 피우는
매운 연기가 아니었던가.
외로운 나무일수록 눈발은 오래 버티다
가지를 비튼다는 것을
플라타너스에 기대어 있다가 알았다.
한 호흡 한 호흡 걷다보면
풍경이 흰 입김을 덜어간다.
그리고 몸이 눈발 속으로 사라지고
끝내 느리게 내리는 눈송이에 섞인다.
그러나 나를 알아본다면
훗날 첫눈 속 쓸쓸한 그 첫눈이다.
-윤성택 시인 '그 사람 건너기' 중에서......-
시인 윤성택이 전하는 ‘너무나 시적인’ 사진 에세이
시인 윤성택의 기억과 추억에 관한 사진 에세이 『그 사람 건너기』. 2001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하고, 두 권의 시집을 낸 바 있는 시인 윤성택이 전하는 사진 에세이집이다. 이 책에서 시인은 흑백 톤의 절제된 사진과 완연한 컬러를 지닌 사진을 버무려내어 절박한 마음을 영상으로 전하며, 시어로 표현하지 못했던 고충을 산문으로 담아냈다. 그는 일상의 사연들을 하나하나 털어 놓고, 그 속에 사람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은유적 표현으로 담담이 풀어놓는다. 읽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그의 ‘시적인’글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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