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글 칼럼](5)여보와 당신이 눈뜨고 하는 짓

사회부 0 786

 

여보와 당신이 눈뜨고 하는 짓

-현글-

 

여보,아침에일찍일어나세요!
여보,담배는밖에나가피우세요!
여보,세수할때물은잠그고쓰세요!
여보, 쓰레기는쓰레기통에넣어줘요!
여보,먹고난음식은분리해서버리세요!
여보,옷은옷걸이걸어장롱속에넣어줘요!
여보,양말은빨래바구니에제대로넣어줘요!

당신,
나,돈,떨,어,졌,네.
자,물,쇠,가,고,장,났,네.
통,째,로,바,꾸,어,야,될,것,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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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白手 혹은 白首)가 살기에 편한 세상이 없다. 백수가 이제 눈치 보면서 살 시대가 되었다. 백수는 백수다워야 멋있는데 백수들이 이제 가야할 곳이 없다. 백수가 사는 아름다운 세상은 없을까.

남자는 가끔 백수의 인생을 그려본다. 백수처럼 살고 싶다. 간섭받지 않고 혼자 이리저리 아무렇게 살고 싶다. 그러나 이 사회는 지금 백수의 공화국처럼 심각한 문제가 되어가고 있다. 삶이 녹녹치만은 않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면 습관이 무섭다. 이것저것 다 잘 하는데 남자는 아무래도 무언가 모자란다. 그러면서 여자말만 잘 들으면 잘 사는 세상이 돌아왔다고들 한다.

정말 여성들의 세상이다. 과거 어릴 적에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만 보아도 매일 밭에 가서 일하고 돌아와서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 젖먹이고 쉴 틈이 없었다. 그러나 요즘의 시대는 사회생활로 여성들이 많은 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처럼 집안에서 빠져나와 사회생활을 하게 된 결정적인 발명품은 세탁기, 우유병, 피임기구라고 한다.

과거에는 빨래를 하는데 하루 종일 손으로 하고 다듬이질까지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육아문제도 우유병이 있음으로 바깥에서 활동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임신에 대한 피임기구가 있음으로 대책 없는 임신이 가능해져 원만한 사회생활이 가능해졌다.

사회 생활하는 많은 여성분들은 이런 발명품을 발명한 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으리라(내 생각으로는)
각설하고 태생부터 남자와 여자의 본질은 다르기에 하나로 맞추기가 참 어렵다. 난 먼지가 없는 그런 방을 만들지는 못한다.

그냥 아무렇게 해도 편한데 당신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이것저것 다 간섭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게 깨끗하고 아름답고 멋지고 집안이 조용한 걸 알면서도 그렇지 못하고 사는 게 인간적인 모습이 아닐는지.

원래 제목은 ‘부부싸움’, 자물쇠’중에서 하려는 데 너무 비관적이란 생각이 들어서‘여보와 당신이 눈뜨고 하는 짓’으로 바꾸었다. 아무래도 이 말 속에 다 포함되는 것이고 사는 맛이 나고 긍정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글을 쓰면서 정돈과 질서만 강조하는 여자의 생리를 남자는 한번쯤 흐트러지게 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것을 적고 싶었다. 너무 깔끔하면 앉을 자리가 없다.
세상의 그대들이여, 힘내라! 깔끔한 당신은 힘없는 여보를 더 위축시킨다.

우리가 사는데 여보와 당신이라는 말을 쓰면서 사는 부부가 몇이나 될까도 생각해본다. 우리말 중에 이처럼 멋진 말은 없을 것 같다.

여보(시오)라는 감탄사와 당신(當身)이라는 대명사의 말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쑥스러운 말이다. 부부, 여보와 당신이 합쳐놓은 말.
삶이 힘겨울 때마다 서로의 마음에 머물러 쉬어가는 아름다운 그대들의 이름은 “부부”이리라. 힘내라.

 

시인 현글(본명 현달환)은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초등학교 출신으로 2012년 문장21 (시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해 문학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문학정신」에 수필 등단 후 제주문인협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뉴스N제주 대표이면서 편집국장을 담당하고 있으며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독자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필독이 있기를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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