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종종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격동의 세월’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어딘가 무거웠고, 백의민족이라는 단어와 함께 묘하게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30여 년 전에 있었던 6.25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며 자랐고, 반공교육은 마치 일상처럼 늘 따라다녔다. 그 시절 세상은 복잡하게 돌아가면서도, 어디선가 일종의 단일성과 고립감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그때와는 너무도 달라져 있다. 하루가 새롭게 느껴질 만큼. 내가 사는 구미는 대규모 산업단지 덕에 다양한 아시아인들이 모여드는 곳이 되었다. 예전의 구미가 아버지 세대의 땀과 노동으로 채워졌다면, 지금의 구미는 각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그 터를 함께 일구고 있다. 공장과 들판에서 만나는 이국적인 얼굴들은 이제 낯설지가 않다. 농촌 지역에는 다문화가정들이 많이 생겨나, 예전 같으면 이방인으로 치부되었을 이들이 이제는 우리 이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한국이 온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생각했다. 한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교육받았고, 어딘가 다른 민족과 구별되는 우리만의 특별함을 강조받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생각이 어딘가 묵직한 책임감을 동반한다. 우리는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단일성'을 고집해왔지만, 이제는 그 정서를 넘어야 할 시점에 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한민족만으로는 이 시대를 지탱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세계는 점점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기대왔던 고정된 틀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고유의 민족성을 지키고자 했던 그 마음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 안에 갇혀만 있다면 우리는 세계 속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구미의 풍경이 그 증거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수많은 이주 노동자들, 농촌에서 자리 잡은 다문화 가정들은 단순히 외국인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갈 동반자들이다. 그들은 한국이라는 땅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며, 우리 또한 그들과 함께 융합된 새로운 민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고, 그들이 우리 삶의 일부분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도 고립된 존재가 될 것이다. 단일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은 아름답지만, 이제는 세계 속의 한 부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순간이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이들과 함께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른다.
이제 나도 그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한민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머물러 있었던 시절은 지나갔고, 이제는 더 넓은 세상에서 우리와 함께할 새로운 가족들이 있다. 그들과 함께하는 삶, 그 안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가능성들. 그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닐까.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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