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2025-87)] 수필-불길이 지나간 자리

사회부 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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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에서 시작된 불길은 거침없이 번져갔다. 봄을 맞이하기 전, 웅크리고 있던 산은 삽시간에 검은 재로 변했고, 경북 북부의 산야는 마치 융단폭격을 맞은 전쟁터처럼 처참한 모습이었다.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엔 타다 남은 나무들이 위태롭게 서 있었고, 그 사이로 연기가 가늘게 피어올랐다.


그날 밤, 바람은 잔혹했다. 나무가 갈라지고 쓰러지는 소리는 폭음처럼 울려 퍼졌고, 불길은 사람들에게 도망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수십 년 동안 가꿔온 산림이, 그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온 나무들이, 마을의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산불이 지나간 뒤, 마을은 말수가 줄었다. 남겨진 사람들은 새까맣게 그을린 땅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몇은 잿더미 속에서 아직도 모양을 알아볼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냈다. 불에 타 반쯤 녹아버린 냄비, 이가 빠진 그릇, 금속 틀만 남은 침대. 그것들이 한때 자신의 집이었고, 삶의 일부였음을 깨닫는 순간, 무너진 것은 비단 집과 나무뿐만이 아니었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한 노인은 말했다. 울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조차 알 수 없다고. 다만 허공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여기가 우리 집이었는데.”


사람들은 서로를 부축하며 버텼다. 나누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남은 것들을 나눴다. 손을 잡아주고, 등을 두드려 주고, 말없이 함께 앉아 있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다시 시작할 용기였다. 하지만 그 용기가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을 것이다. 상처는 깊고, 삶은 잔혹하게도 계속 흘러간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언젠가 이 땅에도 다시 봄이 올 것이다. 아직은 불길이 삼켜버린 자리에서 작은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흙이 식고 비가 내리면 새로운 생명이 움트기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 또한 그렇게 다시 살아갈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함께 손을 잡는 일이다. 이들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우리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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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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