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글LORY(104)] 수필-81억 가지의 생각

사회부 0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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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지역 단체카톡방에서 한 '지식인'이 올린 메시지를 읽었다. 글은 겉으로는 깔끔하고 논리적인 것 같았지만, 그 속에 스며든 오만함과 단정적 태도는 숨길 수 없었다. 그는 사람을 정치적 이념이라는 잣대로 재단하며, 그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을 무지하다고 여겼다. 마치 자신의 세계가 절대적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나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방 안은 고요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엔 작은 물음들이 고개를 들었다. 왜 사람들은 그렇게 간단히 다른 사람을 재단하려 할까? 세상을 나누고 분류하면 정말 이해할 수 있는 걸까?

 

2024년의 지구에는 81억 6,197만 명의 사람들이 산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에는 5,175만 명이 있다. 숫자는 정확하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람들의 삶은 무수히 복잡하다. 하나의 도시, 하나의 동네, 심지어 한 집안 안에서도 서로 다른 가치관과 생각들이 교차하고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때로 이런 방대한 다양성을 단순한 이념의 분류로 나누려 한다. 좌냐 우냐, 진보냐 보수냐, 우리냐 남이냐.

 

어쩌면 인간은 복잡한 걸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패턴을 찾고, 이름을 붙이고, 틀을 만든다. 그리고 그 틀은 언젠가부터 우리를 묶어버린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보지 않는다. 틀 너머의 가능성, 다른 사람의 사연, 혹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지혜를.

 

문득, 몇 년 전 읽었던 책이 떠올랐다. 엘리스 먼로의 단편 소설이었다. 그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끄집어내는 데 탁월했다. 먼로의 세계에서는 선과 악, 옳고 그름 같은 뚜렷한 이분법은 없다. 대신, 실수를 저지르며 살아가는 인간들,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우리가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나는 깨닫곤 했다. 인간은 무엇보다 이해받고 싶어 하고, 무엇보다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라는 걸.

 

그날 단체카톡방에서의 발언을 되새기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누군가를 판단하지 않은 적이 있었나? 아마 아니겠지. 나 역시, 수많은 편견을 가진 사람 중 하나일 테니까. 그러나 적어도 이 질문을 던지는 나 자신을 위로해본다.

 

세상에는 81억 가지의 생각의 흐름이 있다. 그것은 거대한 강줄기처럼 때로는 부딪히고, 때로는 합쳐지며 흐른다.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강을 찾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쩌면 가끔은 고개를 들어 더 넓은 풍경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나와 다른 이념, 다른 가치관을 무지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그들의 강줄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조금 더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그날 이후 나는 카톡방에서 조금 거리를 두었다. 대신, 거리의 사람들을 더 자주 바라본다. 그들의 눈빛 속에서, 걸음걸이에서, 그리고 간혹 들리는 대화 속에서 또 다른 81억분의 1을 느낀다. 그 흐름은 무궁무진하고, 그래서 더욱 흥미롭다.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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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금궁스포츠협회 오늘의 말》10년을 두고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반드시 이루어진다. > 칼럼 > 한국유통신문 (youton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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