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초등학교'라 불리지만, 내가 어린 시절 다녔던 학교는 '국민학교'였다. 국민학교 시절의 나는 잘 뛰어놀고 쾌활하고 명랑한 소년이었다.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아 인근 야산으로 탐험을 떠나고, 여름이면 동네 옆 서천교 강가에서 물놀이를 하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 시절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무한한 자유와 함께 느꼈던 그 순수한 기쁨은 지금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는 소중한 보물이다.
국민학교 6학년을 마칠 무렵, 나에게는 중학교 입학을 위한 두 가지 중요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나는 이른바 '뺑뺑이'라고 불리던 중학교 배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중학교 입학시험 격인 '반평성 배치고사'였다.
당시에는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학력신장을 파악하고, 성적에 따라 반을 고르게 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성적 우수자들은 특별반으로 편성되어, 방과 후 추가 수업을 받곤 했다. 성적이 좋다는 것은 자랑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늘 부담감을 안고 살아야 했다.
국민학교 6학년 겨울 방학, 나는 우연히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이었다. 그때는 책의 내용보다는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던 그 묵직한 느낌이 더 기억에 남았다. 하지만 조금씩 한스의 이야기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그가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책 속의 한스는 명석하고 성실한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기대와 압박에 짓눌려 스스로를 잃어가며, 결국에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이 이야기는 나의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고, 이후 나의 중학교 시절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다.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나는 특별반에 편성되었다. 그 사실이 처음에는 자랑스러웠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친구들도 모두 나를 축하해 주었고, 나는 마치 한스처럼 세상의 중심에 선 것 같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중심이 무겁고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는 시험, 끝없이 이어지는 공부, 그리고 내가 그토록 원했던 자유의 부재는 나를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중학교 2학년이 되던 해 나는 큰 위기를 맞았다. 바로 급성맹장염이었다. 미련하게도 일주일을 고통 속에서 버티다가 결국 병원에 실려 갔다. 급성맹장염으로 인해 나는 한 달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1986년, 그해는 월드컵이 열리던 해였다. 병실 안은 축구 생중계를 보며 환호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한편으로는 고통과 병마가 공존하는 곳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월드컵이라는 커다란 이벤트 덕분에 환자들이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는 특별한 장소가 되었다. 나는 병실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은 것을 배웠다. 병을 앓고 있는 어른들의 모습, 그들이 병실에서 나누는 대화, 웃음과 눈물. 그 모든 것이 나에게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입원 생활을 하면서, 나는 학교에서 받는 압박과는 다른 종류의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되었다. 공부와 성적에 쫓기던 나에게 이 경험은 삶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병실에서의 경험은 나를 단순한 학생에서 벗어나, 삶의 다양한 면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지만 입원 후 회복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을 때, 나는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급성맹장염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과 병원에서 보낸 시간들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나는 점점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한때는 성적 우수자로서 주목받았던 내가 이제는 평범해졌고, 그와 함께 주변의 기대와 관심도 점점 줄어들었다. 마치 수레바퀴 아래에 깔려버린 것처럼, 나 역시 한스의 비극적인 운명을 따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스와 달리, 나는 끝까지 그 수레바퀴에 깔려있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내 안에 남아있는 작은 불씨를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다짐이었다. 나는 남의 기대에 휘둘리는 삶이 아닌,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기로 결심했다.
그 결심 덕분에, 나는 조금씩 나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른 취미와 관심사를 찾아 나서며 삶의 균형을 맞춰갔다. 한스의 비극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지만, 그 영향 덕분에 나는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그 시절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 것 같다. 비록 한때는 수레바퀴 아래 깔려있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 경험 덕분에 나는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그저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제목의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인생이라는 수레바퀴 아래에서 한 번쯤 깔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 바퀴에 깔려있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찾는 것이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나의 어린 시절을 비춰주는 거울이었으며,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준 나침반이기도 했다.
장르-수필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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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글LORY(14)] 수필-수레바퀴 아래서 나의 중학교 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