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찬 공기가 쏟아져 들어왔다. 지난밤 내린 눈이 아직도 땅을 덮고 있었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 위로 부드럽게 깔린 눈을 보며, 어린 시절이 불현듯 떠올랐다. 왜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늘 갑작스럽게,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누군가 펼쳐 보이듯 나를 덮쳐왔다.
눈이 많이 내리던 시골 외가집. 그곳의 아침은 고요했지만 강렬했다. 시골집 처마 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시던 새하얀 쌀밥처럼 정겨웠다. 봉화군 시내에 계시던 할아버지의 집도 또렷이 떠올랐다. 손바닥만 한 연탄난로를 중심으로 모여 앉아 귤을 까먹던 풍경. 창밖으로 보이던 하얀 세상. 기억은, 그런 식으로, 온기를 품은 채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었다.
눈은 모든 것을 덮는다. 길 위의 얼룩진 흔적도, 정원 속 가려진 잡초도 모두 숨긴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눈에는 세상을 통일시키는 힘이 있다고. 어쩌면 사람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 단체 카톡방에서 튀어나오는 크고 작은 갈등들, 서로 다른 의견의 충돌들. 그 속에서 눈 같은 무언가가 한 번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색깔과 모양을 가려주고, 서로의 차이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힘.
사람들은 다 다르다. 각자의 살아온 환경과 기억들이 제각각이니, 의견이 충돌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눈이 설렘의 상징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단함의 시작일 테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렇게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건 아마 자연의 치유 덕분이리라. 하얀 눈처럼, 고요한 아침처럼, 마음속의 분란을 가라앉혀주는 순간들.
새벽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사람들의 마음에도 눈이 내리면 좋겠다고. 한 번이라도, 짧은 순간이라도, 갈등이 사라지고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할 수 있다면. 하얀 눈이 덮인 이 아침처럼.
글쓴이: 김도형 작가는
인생의 고비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새로운 트렌드와 정보를 제공함으로서 동기부여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안겨다 주는 실용적 감성글을 좋아한다.
-경북미디어뉴스 '오늘의 말' 고정 칼럼 연재
-동기부여 코칭 스토리텔링 작가
-4차산업혁명시대 리더십 제언 칼럼 연재
-경북스토리텔링클럽 공모 선정(2019)
-네이버 지식 iN 지식파트너 자원상담원(2013~)
-시사문단 수필부문 신인상 등단(2013)
-한책 하나 구미운동 2012, 2013 입상
'모닝글LORY'는 전자책 출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창작 코너입니다. 마감시간은 매일 아침(오전 5시부터 오전 9시까지) 글쓰기를 원칙으로 하며, 숙면 뒤 깨어났을 때 느껴지는 영감을 자양분으로 하여 가공된 창작글을 지향합니다.
매일 글쓰기를 하는 것은 단순히 문장력을 향상시키는 것 이상의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옵니다. 꾸준한 글쓰기는 창의력, 자기 표현, 정서적 안정, 사고력 향상 등 여러 면에서 우리의 삶에 깊이 관여합니다.
참여 작가님들의 첫 출판은 100회 게재를 원칙으로 하며, 최종 편집회의를 거쳐 전자책 발행을 합니다. 전자책은 크몽, 탈잉, 부크크, 유페이퍼를 통해 출판되며, 등단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드립니다.
참여작가 문의(fower_im@naver.com, 010-3546-9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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